[14편] 다시, 새로운 출발
그렇게 문을 연 최초의 단학선원이 처음부터 순조롭게 잘 운영된 것은 아니었다.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내부적으로 작지 않은 파란이 있었다. 나와 함께 뜻을 세웠던 9명의 정회원, 그 최초의 구성원간의 동상이몽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뜻은 좋지만 이렇게 궂은 일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선원 운영에 따르는 노동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 ‘단학선원을 열기 전 그냥 오붓이 수련할 때가 좋았다.’며 나름의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내가 꿈꾸는 이상을 모두 한 마음으로 추구하고 있다고 굳게 믿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큰 고통이었다.
공동운영은 쉽지 않았다. 구성원이 하나의 신념으로 일체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공동운영이란 허울 좋은 이상에 불과했다. 모두가 주인이 되자는 애초의 취지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어느 누구도 주인이 아니었고, 운영은 금방 혼란 속에 빠졌다.
처음에 함께 시작했던 사람들 중에서 반 이상이 이런저런 이유로 이탈해 자기 길을 찾아서 떠났다. 그들로부터 받아 선원 개설자금에 보태었던 평생 회비도 돌려 주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 선원 운영은 초기부터 휘청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어렵고 부담이 되더라도, 그리고 혼자서 가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것을 철저히 내 책임으로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창립에 참가한 구성원을 당시 정회원이라 불렀는데 그 정회원을 해산하고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다. 최초의 단학선원을 연 지 6개월 만의 일이었다. 정회원을 해산할 때 남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서 새롭게 평생회원 제도를 만들고, 이후로 새로 회원을 모았다.
단학선원 초기에는 수련을 받으러 오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나는 큰 마음을 먹고 당시로서는 거금인 수십 만원을 들여 신문에 광고를 냈다. 사람이 없으니 광고문을 쓰고 사진을 오려붙여 디자인이랄 수도 없는 디자인을 하는 일도 모두 내 몫이었다.
직접 도안을 하고, 문구를 작성하여 신문에 광고를 냈다
그 광고가 신문에 실려서 배달되어 오던 날, 나는 그 광고를 몇 번이나 보고 또 보고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기대감에 부풀어 하루 종일 선원에 앉아 기다렸다. 그러나 그날 하루가 다 저물 때까지 그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나는 그에게 회원 가입서를 쓰게 하고 수련이 시작되는 날짜를 알려 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광고를 냈다고 그날 바로 반응이 일어나는 게 아니지. 뭐, 오늘은 첫날이니까... 내일이면 아마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올 거야. 그러나 예정된 수련 개시일이 될 때까지 더 이상의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마침내 수련 개시일. 휑한 수련장에 나는 단 한 명의 수련생과 마주 서게 되었다. 나보다도 더 썰렁한 기분이 된 것은 그 수련생이었던 모양이다. 무척이나 어색한 표정으로 그가 물었다.
“저밖에 없나요?”
“아니죠. 저도 있고, 저쪽에 다른 지도자도 있습니다.”
내가 지도를 담당하기 위해 나섰지만 선원 안에는 나 외에 다른 스태프도 있었기 때문에 학생보다 선생이 많은 상황이었다.
수련이 시작됐다. 나는 이미 실망 같은 것은 접고 있었다. 한 사람이라도 최대한의 정성으로 지도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정말로 모든 정성을 쏟아 그를 지도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그는 낯선 사람 한 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혼자서 수련지도를 받고 있자니 도무지 황송해서...”
수련생들의 입소문에 의해서 한 명씩 두 명씩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썰렁하던 수련장이 붐비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련생들의 입소문 때문만은 아니었다. 소설 <단(丹)>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큰 역할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통해서 전통 선도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관심은 곧 수련에 대한 욕구로 이어졌지만 막상 그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었던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곧 25평짜리 단학선원이 비좁아졌다. 그해 11월, 단학선원은 50평으로 확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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