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편] 천지기운 전달의 속도
꽁지에 불이 붙은 트럭. 나는 초창기의 단학선원 운영상황을 곧잘 이렇게 비유하곤 했다. 우리는 트럭을 타고 달리고 있다. 그 트럭 뒤에 불이 붙었다. 우리에게는 시간 내에 반드시 도착해야 할 목적지가 있다.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은 얼마 없다. 멈춰 서서 불을 끄고 가다가는 시간 내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불이 트럭의 뒷좌석과 운전석에까지 옮겨 붙기 전에 도착하면 다행이다. 아, 비라도 좀 내려 주면 좋을 텐데, 라고 생각하며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 트럭 뒤에는 오해라는 불이 붙기도 했고, 배신이라는 불이 붙기도 했고, 부도 위기라는 불이 붙기도 했다. 개중에는 저절로 꺼진 불도 있지만 오늘날까지 여전히 타오르는 불도 있다. 특히 초창기에는 어떤 불이든 그 불을 붙잡고 씨름할 겨를이 없었다. 트럭을 멈추고 시시비비에 빠지는 순간, 트럭이 화염에 통째로 휩싸여 버릴 것이었다. 우리는 마냥 달려야 했다.
전국에 지원이 늘어 가면서 나는 더 분주해졌지만 전반적으로 선원 운영이 넉넉해진 것은 아니었다. 벌어들이는 수익은 선원을 확장하고 새로운 지원을 여는 데 모두 쏟아 부었다. 그래서 외형이 성장할수록 더욱 힘들고 쪼들렸다. 그 상황은 이미 길 위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는 나를 더욱 밖으로 내몰았다. 내가 선원 외부에서 다른 종류의 돈을 만들어 오지 않으면 어려운 선원 재정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전국을 순회하며 공개강연회를 열어 선원 개설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으로 부업을 해야 했다.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활공을 했다. 활공은 손으로 상대의 몸을 두드리거나 누르기도 하면서 기를 조율해 주는 일이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많은 일이다. 어느 날은 20명도 넘는 사람을 받아내고 거의 탈진하다시피 하기도 했다. 그렇게 힘든 날들을 보내다 문득 내 손을 보았더니 엄지 손가락이 거의 90도 각도로 꺾인 채 굳어 있었다. 그 엄지로 아마 1,000명도 넘는 사람의 몸을 눌렀을 것이다.
당시 선원수를 계속 늘려나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제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왜 지원을 계속 늘려서 힘든 길을 가십니까? 두세 개 선원만 운영하면 흑자 경영을 할 수 있는데, 왜 선원수를 늘려야 하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 됩니다. 스승님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너무 힘듭니다. ”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단학 수련을 원하는 인구는 크게 늘어 있었다. 당시 상황에서 신사동에 있는 단학선원 본원 한 곳만 운영했다면 틀림없이 큰 흑자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학선원을 연 목적은 거기에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제자들에게 말하곤 했다.
“여러분들은 빠르다고 하는데, 나는 지금도 답답해서 미칠 정도로 느리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곤 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천지기운을 전달하는 일입니다. 여러분, 천지기운의 기적을 보지 않았습니까, 직접 체험하지 않았습니까? 천지기운을 알고 여러분의 삶이 바뀌지 않았습니까? 내가 천지기운을 통해 여러분을 만났듯이, 여러분 또한 그 천지기운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단학 지도자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센터가 아직 10군데도 안 됩니다. 오히려 나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크게 잘못하고 있기에 이렇게 더딘 걸까, 나는 지금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나에게는 모든 것이 거북이 걸음만 같게 여겨졌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다. 이런 걸음으로 가서, 언제 민족을 살리고, 언제 인류를 살리겠는가? 이런 걸음으로 가서, 언제 1억의 깨달은 사람이 나오겠는가? 언제 자기 본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1억이 되겠는가? 느리다. 느려도 너무 느리다.
이런 느낌은 내가 오래 전에 단월드 경영에서 물러나고, 전세계 단월드 센터가 1,000여개를 넘어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매일 발끝 부딪치기를 10분씩만 해도 금방 좋아질텐데, 몇십 년을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 스트레스를 못 이겨 주위 사람들을 심하게 괴롭히면서도 자신이 그런 줄도 모른는 사람들, 정체성도 꿈도 없이 부속품 인생을 살며 지리한 시간을 그저 견디고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천지기운을 더 빨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여전히 느리다. 너무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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