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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무현 대통령님 1주년을 맞이하며 다시 읽게 된 책 <여보 나좀 도와줘>

하늘세상이다 2010. 5. 20. 13:37

 

2002년 늦가을, 지나가던 나에게 대학교의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당시 이회창, 노무현, 권영길 중에 누구를 지지하는 것이냐 였다. 나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개혁에 무게를 두고 있었고 현실적인 당락을 위해 노무현을 지지한다고 말하였다. (나는 노사모가 아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나고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책을 읽으면서 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첫 번째는 내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방송과 언론  그리고 인터넷 매체에 비춰진 이미지로만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가 어떻게 자라왔고 가족관계는 어떻고, 어떠한 철학과 가치관을 가지고 성장했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무관심이 비판보다 더 나쁘다는 것을 지금 와서 후회가 많이 된다.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 진보는 보수를 모르고 보수는 진보를 모른다. 기독교는 불교를 모르고 불교는 기독교를 모른다. 그 모른다는 것이 왜곡된 시선을 갖게 한다. 그로부터 대립이 되고 싸움이 발생한다. 지금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모든 문제가 그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다.

 

노무현은 가난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부산대 법대 출신의 큰 형님과 5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작은 형님의 든든한 우산 속에 자라왔다. 하지만, 가난은 그의 어머니가 입학금을 낼 수 없어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자, 선생님들 앞에서 그가 중학교 합격지를 찢어버리게 만들었다는 일화처럼 그는 타협하지 않았다. 그의 삶의 철학은 의로움이 아니었나 싶다. 불의와 타협할 줄 몰랐기에 정치9단 YS 나 DJ 와 같은 거물과도 물러서지 않는 논쟁을 벌였으니 말이다. 그가 YS와 DJ를 평함에 한 조직의 보스는 되겠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기준이 눈에 뛴다. 참다운 지도자. 참다운 리더. 그것은 완결이 아닌 진행형이 아닐까. 매순간 생각이 바뀌듯이 매순간 정치도 바뀐다. 이런 변화무쌍한 정치판에서 하나의 의로운 원칙을 타협 없이 밀고나간 그의 우직함은 바보라는 별명을 붙게 했는지 모른다.


고졸출신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한 저력도 놀랄만하다. 그가 부산상고 출신으로 졸업하고 안정적인 은행원이 되기를 바라던 어머니의 바람과 달리 여러 공사판에 일하다가 입이 나가는 고생을 많이 하다가 뒤늦게 고시의 꿈을 세운다. 군대를 다녀오고 결혼도 하였지만 하루 10시가 넘게 공부해서 사법고시에 합격한다. 솔직히 2002년도에 그를 지지한 이유 중에 개혁이라는 면도 있었지만 3년 군생활을 하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지금 여의도성에 살고 있는 정치인 중에 군생활을 제대로 마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무튼 그의 판사, 변호사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그의 순탄치 않은 행보는 급기야 정치판으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유언의 마지막 글귀를 ‘운명’이라고 남긴 것처럼, 그의 운명적인 행보는 인생 전체를 관통한다. 돈 잘 버는 변호사에서 부림사건을 통해 인권 변호사로 바뀌게 되지만, 자신은 다른 민주화 인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경력이라며 자신을 낮춘다. 그럼에도 5공 청문회 스타로 세상에 알려진 경력도 있다.

 

나는 과연 인간 노무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사실 이 책 한권으로 그에 대해 일말의 정보는 얻을 수 있었겠지만
그의 사진 앞에서 눈물을 흘릴 만큼 정서적인 연대감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그의 63년의 인생이 단순히 한 사람의 인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치사에 그리고 역사에 크나큰 영향을 준 것만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얼굴만 보고 투표하고 단순히 태어난 곳을 보고 투표하고
단순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투표하던 대한민국의 모습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변하지 않는 철학과 가치관 그리고 구체적이고 현실 가능한 비전을 위해
가슴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뜨거운 마음으로 그 길에 후원을 하든 그렇지 않든
함께 가겠다는 동지애로 투표를 한다면 자신도 바뀌고 나라도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책이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