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다고만 평가되는 영화는 극장에 가면 왠지 최신작으로 선택하고 다음으로 미루게 된다. 결국 한참이나 지나서야 영화 말아톤을 보게 되었다. 광화문에 가봤더니 조선일보사옥을 영화 [말아톤] 주인공의 모습으로 해놨기에 조승우의 멋진 모습이 아니라 자폐환자와 조선일보가 닮아서 그런가 싶었다. 아무튼, 옆길로 새었는데 영화는 아쉽게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자폐아이와 그 어머니가 인간승리의 주인공이었다면, 가족임에도 주변부로 배회하는 동생과 아버지도 있었다. 그리고, 마라톤의 영웅이었지만 음주운전으로 200시간 사회봉사를 받게 된 코치선생님이 두 주인공에 개입한다. 함께 본 관객들의 반응은 주인공의 순진무구한 모습에 귀엽다라거나 재밌다 혹은 불쌍하다라는 단편적인 감상이 대부분이었다. 자폐아가 1000명중에 한명꼴로 나오며 사회로부터 얼마나 많이 배척되고 무시되는 타자들이며 가족에게는 슬픔과 비극, 그 이상임에도.. 영화는 주인공의 인간승리와 그를 도와주는 어머니의 모성애가 스크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예전에 한 장애를 가진 아들 때문에 현직의 안정적인 직장도 버리고 호주로 이민가서 세탁일하는 어느 중년 부부가 떠오른다. 그들이 말하길, 아들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만 없어도 한국에 살고 싶단다. 우리 머리속에 깊게 박혀있는 정상인과 비정상인이라는 이분법의 뿌리만 없어도 세상은 참 부담없이 지낼 수 있을텐데... 영화는 1000명중에 한명꼴로 나오는 자폐아의 사회적 문제는 마지막에 단 몇줄의 자막으로 처리될 뿐 주인공 만큼이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도 나름대로 살아보려고 안간힘 쓰는 나머지 99%의 자폐아는 사회와 마찬가지로 엑스트라였다. 세상이 갈수록 이분법적으로 분열화될수록 겉은 정상인과 다를바 없으면서 안은 비정상적으로 분열되고 있는 듯 하다. 대구지하철참사을 일으킨 사람이 그랬듯 세상에 대한 비관과 절망 그리고 우울증은 혼자가 아닌 전체의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육체적 상처와 정신적 상처가 없이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 나에게는 아버지와 동생의 모습이 가족이면서도 왜 저렇게 주변부로 설정했는지 꼭 어머니만 자폐아를 책임져야되고 또 그렇게 비춰야 되는지.. 자폐아의 탄생이 가족의 분열과 해체임을 너무 단정짓고 있지 않는가 아무튼,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주변부와 타자들에 대한 시선이 바로잡히길 기대한다. 언제 또 우리 자신도 주변부와 타자의 존재로 자리바꿈될지 모를테니깐 외국영화로는 빅터 살바의 [파우더Powder, 1995] 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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