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설의 게임오버는 강의실에서
1990년대 후반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문단에 충격을 주고 사라져간 주인공같은 작가를
몇년이 지나도 꼭 만나야지 라는 마음만 먹었었지
실제로 손이 닿아 호주머니의 지폐와 맞바꾸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려야 했다.
주인공 천수로는 어떤 인물인가
그리고 그녀와 마지막까지 질기도록 함께 붙어다닌
마돈나란 인물은 천수로에게 어떤 존재이고
소설상의 위치는 무엇인가
벌써부터 머리에 쥐가 나려고 한다.
소설의 인물, 사건, 배경 이라는 국어교과서의
3요소 암기식 해석을 여기까지 와서
들이대려니 말이다.
처음과 끝이 하나의 실처럼 꿰어져
완결된 구조로서 읽도록 억압하는
기존의 소설시스템을 게임처럼
덤벼서 깨부수겠다는 다소 발칙한
발상의 이야기들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의 반전은 하나이거나 둘이면
족하다. 그런데, 게임오버는 전자오락에서
한번 졌다고 영원히 죽는 법이 없기 때문에
동전을 넣어 다시 살려내고 또 싸우게 한다.
바로 천수로의 삶이 그렇다
돈한푼 없는 백수 여자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
스스로의 이야기조차 허용되지 않는 그녀에게
유일한 기대처는 1회용 식품들이고 바로 그 모태로서
전세계 2만개가 넘는다는 맥도널드사이다.
마지막에 원점으로 돌아와버린 천수로에게
작가는 독자에게 당신의 상상력을 계속해서
넣어달라고 주문한다.
나에게는 마치 전자오락기가 돈을
더 집어달라고 유혹하는 듯 했다.
미니시리즈 한편 보고나면 CONTINUE로서
다음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들고
그러므로 일주일은 저마다의 상상으로
지루한 일상을 버티게 한다.
하지만, 작가는 모든 독자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
그것은 수천수만의 독자가 한 작가를 죽임으로서만
가능한법이다. 그동안 참 쉬웠을텐데 감히 작가를
넘어뜨리지 못한 것이다. 그에게 안주할것인가
아니면 자유로워질 것인가는 수로에게서 발견하라
어쨌든, 미셸푸코가 작가의 죽음을 선언한 것처럼
천수로는 이미 그에게 밑져진 삶도 어떻게
살아야한다는 계몽적인 책임감도 없다.
단지, 심심하다
그러니 내게 돈을 더 달라는 것이다
천수로가 마약과 돈 그리고 게임에
미쳐가듯이, 우리네 삶도 수로의 이야기에
숨겨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수로라는 여자주인공에게 배울 점은 없다.
단지, 통쾌한 반전의 미학을 손수 소설속에서
굳건히 지키고 있는 내러티브의 벽을
빈 몸으로 던져 부수려는 데 박수를 보낼 뿐이다.
삶이 그러하거늘
참 통쾌하면서 씁쓸한 뒷 맛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책으로는 세상을 담아낼 수 있다
그것으로 자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똥닦는 종이 외에는 쓸모가 없지 않은가
한번의 미로를 몇시간 넘게 헤집고 다 나왔나
싶었는데 다시 처음이란다.
우씨
욕나온다
수로바이러스에 나도 감염되었나
아니면 나도 바이러스같은 존재인가
골치아픈 바퀴벌레를 발로 죽여도
다음날 또 만나게 되는 것처럼
좀체 떨어지지 않는다
경찰(현실)이 수로(가상)의 자취방(경계)에서
발견한 냉장고에 꽁꽁 얼어버린 바퀴벌레은
갇혀버린 인간의 의식이 아닐런지
그 바퀴벌레가 수로에게 내러티브의 장막을
뚫고 마돈나(애인이자 수로의 퍼소나)로 하여금
이원의 경계를 마음껏 종횡무진하며 농락하고 있지는
않는지
그러므로 나로서는 단지 열심히 버튼(페이지) 누르며
즐기면 되는 것이다.
게임이니깐
동전이 떨어질때까지는
죽지 않는다.
수로는
나의 꿈은
그렇게
비참히
동사되어있음을
자각하기 전에는..
아직 꿈깨기에는
이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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