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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을 찾아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영화를 만나다.

하늘세상이다 2010. 4. 30. 16:33

어른과 아이가 있다면

그 중간에 청소년이 있다.

 

신과 인간이 있다면

그 중간에 반신반인이 있다.

 

이러한 두 가지 테마는

영화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에서

잘 갖춰져있다.

 

아이가 어른이 되기 위해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이유없는 반항, 질풍노동의 시기를 건너야 한다.

 

신과 같은 절대적인 아버지의 부재

그리고 건달과 다름없는 남자와 사는 힘없는 어머니

그 사이에 스스로 ADHD가 아닐까 라며

학교에 적응못하는 퍼시 잭슨.

 

그에게 갑자기 닥친 위기는

곧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기나긴 여정에 들어간다.

 

포세이돈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지혜의 신 아테나의 딸 아나베스, 퍼시의 수호신 그로버 등의

멋진 친구도 갖게 된다.

 

그때부터 퍼시 잭슨은 학교의 부적응자이고

가정의 외톨이가 아니라 지구를 구하는 위대한 영웅이 되어간다.

 

그것이 전부다.

 

사실, 서양의 그리스신화가 얼마나 가부장적이고 남성적인지는

박홍규 교수님의 <그리스 귀신 죽이기> 를 보면 상세히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부러운 것은 이러한 신화를 영화로 컨텐츠화한다는데 있다.

 

한국에도 이와 같은 영화를 만든다면

바리데기 신화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단군왕검이나 주몽 등도 충분히

영화화할 수 있는 성장 영화의 테마가 아닐 수 없다.

 

3D를 비롯한 환타지가 대세인 요즘들어 그 신기술을 어떻게 가공할지

원소스인 스토리 곧 한국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그리스신화 못지 않게 찾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다분한 기대인가?

그럼에도 기대를 해본다.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이라는 영화를 통해

여러 각도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특히, 하데스라는 지옥을 단순히 어떤 신을 믿지 못해서 떨어지는 곳이 아니라

인간이 이루고 싶었던 꿈과 희망 등이 산산히 부서질 때 가는 곳이라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하긴 그러한 처지에 있게 되면 굳이 자살하지 않더라도

이미 삶 속에서 지옥을 경험하고 있는 것일테니깐.

 

오랜만에 재밌는 영화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