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의 상하권을 다 읽고나서 느낀 점이 있다면, [인류와 지구의 미래]라는 화두였다. 그것은 20세기의 양차대전과 핵 사용을 통하여 그 전 시대와 다르게 인류가 공룡처럼 공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곧 21세기에는 어떻게 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불안감을 양 축으로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4년전에 온 인류가 새천년의 환희로 젖어들었지만, 곧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아직도 끝나지않은 전쟁에 대한 공포감과 강대국간의 긴장관계로서 잘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소설 [뇌]는 [이지도르 카젠버그]와 함께 [뤼크로스 넴로드]가 사무엘 핀처의 죽음을 의문사로 규정하고 문제더미로 뛰어드는데서 시작하고 있다. 여기서 그의 죽음이 있기전에 컴퓨터 딥 블루4 와의 체스 대결이 있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을 단순히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단정짓는다면 이야기는 곧 다양한 맥락으로 읽혀질 수 없었다고 생각된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본질과 함께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거나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는 미래의 키워드가 될 [최후 비밀]의 여정은 간결한 문체로서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게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읽다보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가론적인 관점도 찾아볼 수 있는데 그것은 예전에 자신이 지은 [서명]을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는 단편적인 것에서부터 그러한 최종적인 완결판같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데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신神이 만들어낸 최고의 창조품인 인간과 함께, 인간이 지금까지 만들어낸 최고의 창조품으로 컴퓨터를 다루며 그 양대축을 담당하고 있는 종교성과 과학적인 분야를 왔다갔다 분주히 찾아다니고 있지 않나 생각하였다. 결말이 조금 실망스럽게 끝이 나는데, 인류의 뇌 가장 깊은 어느 지점에 성욕과 식욕을 뛰어넘는 쾌락과 환희를 겪게 만드는 곳이 있음을 전제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아인슈타인도 뇌의 10% 밖에 활용못했다고 할만큼 아직도 풀리지 못한 신비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신비성의 해결을 외과적인 수술로 찾아내고 쥐의 실험과 함께 인간에게 적용하고 있음에 놀라고 아이러니컬하게도 느껴졌다.
새천년의 해맞이 전 후로 인간복제가 과학계와 종교계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는 점과 함께, 최근의 메트릭스가 보여준 컴퓨터의 인간화가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자뭇 걱정스럽고 복잡한 기분이 없지 않다. 분명, 저자의 메세지처럼 우리 뇌에 답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두뇌를 열어서 찾아내는 외과적인 수술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은 떨칠 수 없다는게 지금의 나의 심정이다.
[인상깊은구절]
언젠가 기억력이 자꾸 나빠져서 걱정이라고 했죠? 봐요. 당신만 그런게 아니에요. 온 인류가 역사를 자꾸 망각해 가고 있어요. 이런식으로 가다간 머지않아 제1차 세계대전이 존재했는가의 여부를 놓고 거수로 표결을 하는 사태가 벌어질 거예요. 가장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내용을 바탕으로 모든 역사를 다시 쓰게 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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