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인생과 88만원세대가 만난 해피엔딩 스토리
너무 늦게 만났습니다.
김광식 감독의 '내 깡패 같은 애인' 영화를.
이 포스터를 기획한 제작진에게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과연 이 사진이
밑바닥인생과 88만원 세대의
애환이 담긴 러브스토리로 느껴지는지요?
제가 보기에는
1990년대 중반 '돈을 갖고 튀어라'와 같은
박중훈식의 그저 그런 코메디 영화라고 봅니다.
그래서 극장에서
이 영화를 고르지 않은 것입니다.
제목도 누가 뽑았는지?
아무튼, 서두가 길었지만
제가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바로 문화방송 7월 12일자 9시 뉴스에
'문화 속 '88만원 세대'‥대중문화도 본격 조명' 을 통해서입니다.
성장경 기자가
"좀처럼 뚫리지 않는 취업문, 지방대를 졸업하고
지하 단칸방에 사는 이른바 스펙이 별 볼일 없는 여주인공.
제작 비용을 적게 들였는데도 70만 관객이 몰린 이 영화엔
88만원 세대의 고충과 아픔이 잘 드리워져 있습니다."
라고 하였고 김광식 감독은 인터뷰에서
"20대의 문제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고 우리나라의 어떤
산업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들의 책임을 논할 것이 아니라
사회전반을 돌아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요."
그래서 뉴스를 보자마자 영화를 찾았던 것입니다.
'내 깡패 같은 애인'이라는 제목과 포스터에서는
전혀 발견할 수 없는 88만원 세대의 고충과 아픔을 말입니다.
물론, 동철(박중훈 역)은 88만원 세대가 아닙니다.
그는 대학교도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그냥 깡패에 불과하니깐요.
지방대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였고 서울에 취직하였지만
곧 부도나고 지하 단칸방을 전전하며 다시 면접을 보며 재기하려는 세진(정유미 역).
세진의 입사를 도와준 것은 취직걱정 없애겠다는 치매정부도 아니고,
회사의 동료이자 애인 아니고 그냥 3류 건달에 불과한 동철입니다.
이것은 사실 현실에서는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억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영화는 해피엔딩이라는 상상속의 결말로 대부분의 여성관객들에게 로망을 충족시켜줍니다.
영화의 장점은 스토리에 있다기 보다는
어느새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박중훈의 연기력에 있습니다.
극 전개마다 정유미의 연기력을 상당부분 보완해줍니다.
영화의 마지막 결말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어느새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었다가 회사의 최연소 대리가 된 세진이
주유소에서 일하는 동철을 만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한쪽은 정규직으로 88만원 세대를 벗어난 공주로 수직상승되었지만,
깡패에서 실패를 거듭하던 동철은 88만원 세대의 직업중에 하나인 주유소로 수평이동하였습니다.
둘의 오랜만에 만난 웃음이
과연 관객들이 상상할 만큼 헤피엔딩을 이룰 수 있을까요?
오랜만에 만나는 잔잔한 감동의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