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철학개념사 연구에 대한 섬세한 노력이 돋보여
강영안교수의 "우리에게 철학은 무엇인가" 는 우리에게 철학은 어떠한 존재이며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가라는 [정체성 찾기]와 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민족의 기원과 정체성이 중요하듯이, 철학도 그 탄생의 배경을 살펴보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에 동감하는 바가 컸다.
강 교수는 여러 철학자들 가운데서도, 1세대 한국 철학자로 박치우, 신남철, 박종홍, 안호상, 한치진들이 남긴 저서를 중심으로 최초의 철학적인 개념론과 의미론을 찾고자 한다.
일단, 우리의 근대성이 자율성이 아닌 타율적인 지배로부터 비롯되었기에 일본의 수입적인 경로를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저자는 아무리 우리가 일본을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부분은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넘어가야 된다는 전제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철학 그러니깐 철학이란 낱말의 어원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한국의 철학사를 재조명해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철학이 있었던가!
이러한 질문의 대답으로 철학이란 개념이 언제부터 생겨났는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우리의 민족혼에 식민지배의 못을 박은 일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어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강 교수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그렇다고 우리에게 철학이 없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게 된다. 단지 그것이 오늘날의 서양적 사고와 관념에 사로잡힌 후손들에게는 우리 선조들의 면모를 제대로 파악할수도 연구되지도 못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어렵지 않은 문장력과 이해력을 얻을 수 있도록 섬세한 노력이 돋보인다. 어떻게 보면 대학교의 교양서 같은 느낌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의 철학개념사에 대해 한번쯤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클 듯 하다.
[인상깊은구절]
"한자를 폐지하고 한글, 한자술어 대신에 한글 술어, 세로 대신에 가로로 쓰는 방법 등이 다 충고와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제 말이 아니고는 제 생각이 없고, 제 글이 아니고는 제 학문을 창조할 수 없다는 것을 깊이 깨닫지 아니하면 아니된다. 조선의 위대한 학문은 한글의 학술어로서 생각하고 쓰는 데서만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