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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릭스]라는 영화의 다양한 시각과 담론을 보여준다.

하늘세상이다 2010. 4. 30. 14:40

 

슬라보예 지젝 외의 유럽이나 구미의 철학자들이 저마다의 전공에 맞게 영화 [메트릭스]를 이론적 토대로 끌어올리고 담론을 양상해낸 것이 바로 이 책 [메트릭스로 철학하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20세기 말은 아무래도 전세계적으로 세기 말이 아닐 수 없기에 [밀레니엄 버그]가 아니더라도 어떠한 부정적인 의식의 먹구름에 두려움과 설레임을 동시에 안고 새천년의 종소리를 들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예수의 탄생을 서기로 삼고 있기에 동양보다 서양에, 그 중심에는 미국이, 뉴욕스퀘어 광장에 모인 3백만명 가량의 인파는 영화 [메트릭스]의 흥행과 함께 다분히 들뜨게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기의 2천년도 4년이나 지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20세기의 전쟁과 냉전의 이데올로기는 아직 아물지도 않은 지구의 곪은 상처를 더욱 찢어놓고 있기에 새롭다는 New 도 그다지 인류의 가슴에 와닿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서두가 조금 길었는데, 영화 [메트릭스]가 상아탑의 최전방에서 외롭게 버티고 있는 철학자들에게도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니 한번 보고 대충 알 것 같다는 아상에 빠져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던 것 같다.

[소크라테스], [테카르트],[도스토예프스키], [사르트르], [마르크스], [프로이트], [칸트], [불교나 기독교] 등 총 15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서로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기에 독자로서 어느 주장이 옳고 그른지 분별할 필요도 없이 재밌게 읽어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의 대부분은 빨간약의 선택과 함께 고뇌하는 모습과 나중에 그(The one)가 되는 과정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메트릭스1편]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영화 [메트릭스]는 처음 봐서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총알을 피하는 네오의 현란한 모습만 인상에 남을 뿐 그다지 생각해볼만한 사안들을 찾지 못했는데, 이 책을 만나고나서 이렇게도 저렇게 보며 판단할 수 있다는 지침서와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더러 번역상의 오류로 이해하는데 어려움도 있었지만, 영화 한편을 통해 수많은 철학자들을 깨워내서 그들의 주장과 함께 새로운 해석에 이르는 오늘날의 철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수확은 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수 많은 주장과 논리가 있겠지만, 8장 그레고리 바샴의 [모든 종교는 참되다, 메트릭스가 보여주는 종교적 다원주의]가 인상에 남는다.

[인상깊은구절]
[메트릭스]는 다양한 종교적, 정신적 전통들을 짜깁기할 뿐만 아니라 많은 관객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종교적 다원주의를 제시한다. 워쇼스키 형제가 이 영화를 통해 특정한 종교적, 혹은 철학적인 발상들을 지지하려고 의도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그들은 흥미로운 영화, 현대적인 의미로 충만한 신화들로 양념한 자극적이면서도 지적인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해석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그려 내는 다원주의는 흥미로울 뿐만이 아니라 호소력도 있으므로
그러한 관점의 옳고 그름은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