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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을 위하여 동양을 넘어서

하늘세상이다 2010. 4. 30. 14:31

 

학문은 언제나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것이 사실일 것이다. 특히 철학중에서도 한문이 많은 동양철학은 학부시절에는 수강신청하기가 엄두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학은 필요하다. 이러한 이중적인 상황속에 처인 사람들에게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부담될법한 주제이지만 읽다보면 소화가 될 내용인 책이었다고 평가하게 된다.
 
철학, 종교학, 비교철학, 사학, 정치학, 사회학, 문학, 미술, 음악, 한의학, 과학, 여성학 이라는 다양한 주제를 구미에 맞게 골라 읽을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이렇게 다양한 영역들이 어떻게 동양이라는 큰 바다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지 놀라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승환 교수의 '다름의 존중과 다양성의 철학을 위하여'에서 어릴 적부터 기독교 가정에서 생활하다가 젊은 시절에 방황을 겪게 되고 이는 다시 "신은 죽었다." 라는 니체의 말 한마디에 충격을 받고 새로운 여정에 들어서게 됨을 재밌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것은 같음의 폭력성(타자의 동일성으로 인한 주체로의 포섭들)과 다름에 대한 배려(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이해)로 18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진행되었던 수많은 침략과 식민화 그리고 전쟁을 지도했던 철학의 이면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기에 동감하는 바가 컸다.
 
그리고 김석근 교수의 동양 정치학의 새로운 해법을 찾기 위한 고군분투도 주목할만하였다. 이 책 전반에 흐르고 있는 서양일색의 한국사회를 비판한다는 점과 함께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동양의 철학(강단이나 교과목의 빈약함만 보더라도)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꾸준한 노력이 독자로서 인상이 깊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미술에서 이태호 교수가 어릴 적부터 우리나라의 미술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한국의 문화적 주소에 대해 비판하며 늦더라도 묻혀있던 한국의 고미술을과 화가들을 새롭게 발굴해내려는 모습이 자전적 에세이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문학에 고미숙 교수의 글이 가장 인상이 깊었는데, 그것은 서양을 벗어나 동양에서 찾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동양마저도 뛰어넘을 수 있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젊은 내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특히, 학자들이 '홈패인 공간'에 갇혀있다며 이제는 미끄러지며 다양한 학제간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읽어볼만하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동양학을 처음 접하고 어렵다는 선입견을 조금 쉽게 깨고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도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