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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가?

하늘세상이다 2010. 4. 30. 13:59

 

 

7월달에 이순원의 <19세>를 읽고 얼마가지 않아 <순수>를 읽었다. 그리고나서 작가 이순원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어 97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은비령>을 읽게되었다.

뭐랄까? 끌린다고나 할까? 어떤 작가와의 만남은 내겐 곧 인연의 시작이기에 그의 작품을 통해 인연의 뿌리를 더듬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작가 이순원만큼은 최근에 새롭게 인연을 맺게 된 것에 무엇보다 감사하고 그의 작품에 보다 많은 애착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어쨌든 이순원의 <은비령>이란 작품은 제목자체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었다. 내 경우에는 처음에 어떤 별자리의 이름인가 했었다. 그건 아마 은하수나 뭐 그런 의미로 봤는지도 모르겠다.

은비령을 읽어나가면서 그 내용의 전체완성도나 주제의 통일성을 보는 평론가들의 눈이라는 거창함 보다는 나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의 눈으로 글자 한자한자를 관찰하듯이 읽어내려갔다.

작가 이순원은 지금 7차 교육의 첫 타켓으로 받고 있는 중학교 2학년1학기의 새 교과서에 "사전을 찾아가며 읽는 즐거움"이라는 제목으로 실려져있다. 내가 왜 이 말을 했냐하면 작가 자신이 사전을 즐겨찾는다는 말처럼 은비령이란 작품에서도 군더더기없는 정확한 언어구사로서 읽는이로하여금 보다 정확한 국어교육을 받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현대작가로는 드물게 돋보였다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원고지 4백 매 정도의 중편에 불과한 [은비령]에 대해서 꼬박 2년의 준비기간과 집필기간을 가졌습니다. 94년 겨울, 어느 책 서문에선가 영원의 하루에 대하여 설명한 스비스조드의 바위이야기를 읽고 처음 [은비령]을 쓸 생각을 하였습니다. 인간의 운명과 인연과 사랑을 영원과도 같은 우주의 한 질서로 파악하고, 그런 운명과 인연과 사랑의 영속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라고 밝혔는데...

내게 있어 감동적이었던 점은 아마도 "인연"에 있었다. 불가에서도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라고 한 것처럼 이 책에서는 2천오백만년이라는 정말로 환상적인 시간대가 바로 인연의 뿌리에 해당한다니 믿겨지지 않으면서도 그 만남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했다. 한가지 독자로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작가 이순원이 지은 대부분의 작품배경이 자기 고향의 강원도가 되고 주인공의 직업은 소설가라는 점이 어떻게보면 너무 3인칭을 1인칭시점화시켜버리지 않는가라는 흠역시 없지않다고 다양한 작품을 바라는 독자의 바램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어쨌든 작가로서의 솔직한 고백담처럼 말하는 세편의 작품 모두 내게 있어 새로운 인연의 시작을 느끼기에 충분했었고 오히려 작가에게 감사하고 있다.